SANS · 나의 인생 시 · 2026 · 06 · 28

A Flowering Tree꽃 나 무

이상(李箱) · 1933
완벽한 물리학자를 꿈꿨던, 매일 디버깅하는 사람의 시
11조 · 발표 · 태봉호
I

나는, 이런 물리학자를 꿈꿨다

완벽하게 모든 것을 끝내는,
단 한 번의 오류도 없이.

— 이상적으로만 바라보던 물리학자의 모습.

II

그런데 진짜 나의 하루는 —

  • 매일 했던 실험을 하고,
  • 이상한 결과를 얻고, 그걸 디버깅하고,
  • 이게 맞는지, 저게 맞는지…

내가 생각했던 것과는, 달랐다.

III

그러다, 90년 전의 이 시를 만났다

시인 이상도 닿을 수 없는 무언가 앞에 선 사람이었습니다.
내 이야기를, 그가 먼저 써 두었더라고요.

※ 도면을 그리던 공학도(건축기사)가 쓴 시라는 것도 — 어쩐지, 우연 같지 않았습니다.

낭독 · 띄어쓰기 없이 한 호흡으로

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.
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.
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
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.
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.
나는 막 달아났소.
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
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.

— 이상, 「꽃나무」 전문 (1933)
IV

이 두 그루가, 나였다

매일의 나
벌판의 꽃나무
같은 실험을 또 돌리고, 이상한 결과를 디버깅하는 나.
갈 수 없소
내가 꿈꾼 나
제가 생각하는 꽃나무
완벽하게, 오류 하나 없이 끝내는 물리학자.

닿을 수 없다는 걸 — 나는 매일 책상에서 배웁니다.

V

그래도 — 다시 자리에 앉는다

꿈꿔온 우주에 대한 이해와
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망에,
다시 한번 자리에 앉게 된다.

닿지 못할 걸 알면서도 "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".
그게 이 시가 나에게 준 것입니다.

그리고 이건 물리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

우리 모두 각자의 벌판에서,
닿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
매일 꽃을 피우며 서 있습니다.

나의 인생 시 · 한 줄

"갈 수 없소.
…… 그래도 열심으로
꽃을 피워가지고 섰소."

이상 「꽃나무」 · 닿지 못해도 다시 앉는 모든 분들께
11조 · 태봉호 · 고맙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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